세월호 교통사고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의견 교환을 하는 자리입니다.

세월호,

교통사고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 세월호 교실

이것은 무슨 사건인가?

우리는 이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세월호 "교통사고론" 타임라인

여권의 세월호 참사 관련 '사고'발언

2014년 4월말 김시곤 KBS 보도국장,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 (KBS 새노조 주장)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87913
2014년 5월 서울대 모 교수, “교통사고에 불과한 일을 가지고 서울대 교수 명의의 성명서를 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이메일 의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5/31/2014053100677.html
2014년 7월 24일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저희들 기본입장은 이것이 기본적으로 … 사고다. 교통사고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2014년 7월 29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그냥 교통사고에 불과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만, 일종의 해상교통사고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2014년 8월 7일 황우여 교육부장관 후보자, “국민적, 국가적 의미는 교통사고 이상이죠. … 넓은 의미에는 교통사고에 속할 겁니다.” (인사청문회 답변)
2014년 8월 8일 정해걸 새누리당 실버세대위원장, “얼마 전에 기차가 충돌하는 사건이 있었다. 사람이 한 사람 죽었다. 철도청은 정부다. 정부에서 충돌해서 사람이 죽었는데 그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런 사람도 의사자로 넣거나, 많은 돈을 줘야하지 않겠나.” (새누리당 주요당직자회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23&oid=156&aid=0000016678
2014년 8월 20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현정 앵커께서 어떤 사건에, 본의 아니게 교통사고 났습니다. 본의 아니게. 그 피해자가 김현정 앵커를 조사하고 수사한다면 받아들이시겠습니까?”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http://www.nocutnews.co.kr/news/4076537

질문


  1.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교통사고론’에 실망하거나 분노한 이유는 무엇인가?
  2. 세월호 사건을 ‘교통사고’라고 부를 때 우리가 가정하는 바는 무엇인가?
  3. 사람들이 세월호 사건을 규정하는 서로 다른 방식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가?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7월 24일)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422&aid=0000073051
(연합뉴스 동영상 1분 57초, 박영선의 비판은 54초부터)

세월호 보상이 천안함 순국장병 보다 많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나온 말로 주 정책위의장은 논란이 일자 "철도, 항공기, 선박사고의 본질은 교통사고"라며 이런 사고는 운전한 사람과 운송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위 연합뉴스 기자 멘트 중)

끝으로 "(교통사고가 나면)보통 운전한 사람과 버스회사에 손해배상 청구하고 회사 재산 압류하는 게 끝이다, 그런데 이건 국가가 선배상을 해주고 보상하겠다는 것도 엄청난 특혜"라며 "앞으로 대형사고 나면 전부 국가가 돈 다 대주느냐"고 지적했다.
(조선닷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023&aid=0002794062)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7월 29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새누리당의 기본입장이 ‘교통사고’이며 보상범위도 천안함 사태 때보다 과잉배상해선 안된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동의하십니까? 


▶ 많은 분들이 이런저런 말씀들을 하시는데요.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지 않았습니까. 물론 국가의 시스템이 잘못됐고 여러 가지로 세월호 회사에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제가 보기엔 약간 문제가 있지 않을까. 물론 그걸 돈으로 따지는 것엔 문제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분들과는 약간의 차별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기본적인 입장이 ‘교통사고’라는 것에도 동의한다는 말씀이신가요? 


▶ 유족들이 들으면 굉장히 속상하실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교통사고에 불과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만, 일종의 해상교통사고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관점에서 생각을 해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거기서부터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 해상 교통사고로 출발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 네. 



- 천안함 사태 때보다 과잉배상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시고요? 


▶ 하여간 유족들에게는 죄송해요. 그러나 우리가 국가 전체를 운영해야 하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고요.

‘교통사고론’에 대한 반응


김시곤 국장 발언에 대한 KBS 항의방문 + 청와대 면담 요구

“도대체 인간이 먼저입니까, 돈이 먼저입니까. 생명이 먼저입니까, 돈이 먼저입니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발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호영 의원 발언에 대해)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김병권 가족대책위 위원장 (주호영 의원에게):
“정말로 세월호 참사가 교통사고냐” (2014년 8월 25일)



곽노현 전 서울 교육감
2014년 8월 1일 뉴스K 박보나씨 인터뷰 영상

질문


  1.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교통사고론’에 실망하거나 분노한 이유는 무엇인가?
  2. 세월호 사건을 ‘교통사고’라고 부를 때 우리가 가정하는 바는 무엇인가?
  3. ‘교통사고’라는 개념 속에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담겨 있는 생각은 무엇인가? 그것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조지 레이코프 프레임 이론

조지 W. 부시가 백악관에 입성한 바로 그날부터 백악관에서는 ‘세금 구제(tax relief)’라는 용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렇습니다. 이 말은 그해 국정 연설에서 여러 번 등장했고, 4년 뒤 선거 유세에서는 더욱 자주 등장하게 됩니다. …

‘세금’이라는 말이 ‘구제’ 앞에 붙게 되면, 그 결과로 다음과 같은 은유가 탄생합니다. 세금은 고통이다. 그리고 그것을 없애 주는 사람은 영웅이고, 그를 방해하는 자는 나쁜 놈이다. 이것이 바로 프레임입니다. 이 프레임은 ‘고통’, ‘영웅’ 등의 개념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프레임을 불러일으키는 언어는 백악관에서 흘러나와 보도 자료에 삽입되었고, 모든 라디오와 TV 방송사의 전파를 탔고, 모든 신문 지상에 실렸습니다. 그리고 곧 <뉴욕타임스>도 ‘세금 구제’란 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보수적인 폭스(Fox) 뉴스에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CNN도 썼고 NBC도 썼고 모든 방송사에서 다 썼습니다. 그것은 “대통령의 세금 구제안”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곧 민주당원들까지 ‘세금 구제’란 말을 쓰기에 이르렀습니다.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는 격입니다.”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삼인, 2006), 24-25쪽.

세월호 ‘교통사고’ 프레임

어떤 사건이 ‘교통사고’라고 규정되면
그에 대응할 때 따라야 하는 규칙과 절차가 있다.

‘교통사고’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하는 것을 말한다.(교통사고처리특례법 2조)
교통사고란 무엇이고 어떻게 ‘처리’되는가?

  • 조사 주체와 임무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일
  • 해당 공문서 양식이 있고, 통계의 일부가 되는 일


교통사고조사규칙 (경찰청 훈령 제620호)

  • 해당 사항을 찾아 체크하면 되는 일
교통사고조사규칙 (경찰청 훈령 제620호)

  • 가능한 모든 경우가 이미 알려져 있는 일
교통사고조사규칙 (경찰청 훈령 제620호)

  • 합의, 배상, 처벌함으로써 ‘종결처리’할 수 있는 일
  • 교통사고: 이미 존재하는 규정과 절차를 그대로 따르거나 그것을 약간 수정하여 처리할 수 있는 일

  • 세월호 사건의 본질을 ‘교통사고’로 규정한다는 것은… 이와 같은 흐름도(flow chart)를 비롯한 각종 절차를 정해진 규정대로 사망자 수만큼 반복하면 사건의 ‘종결’에 이르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

‘세금 구제’ 프레임을 구성하는 개념들:

고통, 영웅, 악당


‘교통사고’ 프레임을 구성하는 개념들:

처리, 종결, 합의, 보험,
(비교적) 명확한 원인과 가해자

사고의 규모에 관계 없이
‘교통사고’의 ‘처리’ 절차에는
비슷한 가정이 깔려 있다.

항공 교통사고 - 1997년 8월 6일 대한항공 801편

사조사와 처리가 완료되면 사고는
잊혀지거나 유용한 교훈으로 남는다.

(교통)사고의 특징과 역할

  • 발생 시간과 공간이 명확한 예외적 사건
  • 충돌 또는 충격의 순간이 가장 중요
  • 지침에 따라 행정적으로 대응하고 처리할 수 있음
  • 종결처리는 곧 시스템이 건재하며 (대부분)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 사고당사자가 아닌 이들은 가던 길을 계속 가도 좋다는‘보장’을 받고 ‘안심’하는 계기

질문


  1. ‘교통사고’라는 개념으로 사건의 전모를 다 담아낼 수 없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
  2. 왜 그렇게 느끼게 되는가?
황우여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8월 7일)

세월호 사건이 일종의 교통사고라고 말하면서도 그렇게만 말할 수는 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월호 ‘교통사고론’과
이에 대한 반론(‘재난’, ‘참사’ 등)은 항해하는 배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을 드러낸다.

1)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다가 침몰하)는 배

2) 규정, 프로토콜, 신호에 둘러싸여
항해하는 배, 그리고

각종 제도와 조직의 지원,
감독 시스템에 의해 운항하는 배

세월호 ‘교통사고론’은 침몰한 것이 세월호라는 배 한 척임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반론은 규제, 감독, 구조의 모든 시스템이 침몰했음을 강조한다.


단지 한 척의 교통수단이 파손되어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시스템 전체가 무너졌다고 느낄 때 또는 그런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그 사건을 시스템 내에서 발생한 한 건의 불운한 ‘사고’라고 규정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 대한 반응에서 비슷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신문자료를 보면서 같이 생각해보자.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 우연이나 불운이 아니라는 깨달음

동아일보, 1995. 6. 30.
모든 것이 무너지고 뒤엉켜버린 듯한 혼돈상태
동아일보, 1995. 6. 30.
시스템 자체의 깊고 오래된 문제라는 인식
매일경제신문, 1995. 6. 30.
동아일보, 1995. 6. 30.
문제가 모든 분야에 걸쳐 깊이 퍼져있고
파국을 막을 수 없으리라는 인식

매일경제신문, 1995. 6. 30.

재난의 특징과 역할

  • 시공간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넓은 범위에서 발생
  • 공동체 또는 사회가 이에 대응할 능력과 체계를 가지고 있지 못함
  • 자연적, 기술적 충격의 순간은 더 긴 과정의 일부일 뿐이며, 하나의 예외적인 순간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이 민낯을 드러내는 현상
  • 깊숙히 자리잡은 시스템 자체의 한계와 모순을 ‘폭로’하는 역할
  • ‘종결’을 정확하게 선언할 수 없고,종결은 이전 상태로의 복귀가 아니라 새로운 상태로의 진입을 의미.

2005년 미국 태풍 카트리나


데이빗 브룩스 (David Brooks,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홍수는 사회의 표면을, 익숙해진 삶의 방식을 쓸어가 버린다. 홍수는 근원적인 권력구조를, 불의를, 부패의 패턴을, 의식하지 못한 불평등을 폭로한다.”

(2005년 9월 1일)

2010년 아이티 지진


주노 디아스 (Junot Díaz) (퓰리처상 수상 소설가)

“(아이티 지진과 같은) 종말론적 재앙은 우리가 애써 도망치려 하고, 숨기고 부인하고 싶어하는 세상의 모습을 바라보는 기회를 준다.”

사회적, 구조적 재난

“재난은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재난은 항상 보이지 않는 사회적 선택들, 물에 빠져 죽거나 돌무더기에 깔린 이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연루된 선택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 주노 디아스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보이지 않는 사회적 선택들”은 무엇인가?

토론거리


  1. 세월호 사건에서 ‘교통사고’와 ‘재난’이라는 개념은 각각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 차이는 무엇일지 얘기해보자.
  2. ‘사고 처리’와 ‘재난 대응’은 또 무엇이 다른 개념일지 얘기해보자.

독서과제

참고자료

세월호, 교통사고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의견 교환을 하는 자리입니다.